악마를 보았다
* 줄거리
영화는 한 여자가 유괴당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국정원에 다니는 약혼남(이하 이병헌), 강력계 형사 생활을 30년도 넘게 하신 아버지가 있는 그녀이지만 유괴범은 그녀를 끔찍하게 살해하고, 그녀의 사체의 일부를 어느 강에 버린다.
그녀의 남자와 가족은 이렇다 할 힘이 없어 보인다. 이런 끔찍한 일을 당했음에도 범인을 알지 못하기에 복수조차 꿈꿀 수 없다. 경찰에서는 4명의 용의자를 추렸지만, 그 조사는 더디기만 하다. 그렇게 그녀의 아버지는 예비사위였던 한 남자에게 용의자 4명의 신상정보를 건넨다.
이들을 찾기 위해 이병헌은 휴가를 요청한다. 넉넉하게 쉬다 오라며 2달을 제안하는 상사에게 '보름이면 충분하다'며 건물을 나선다. 그렇게 병헌은 용의자들을 차례로 찾아가 조지기 시작한다. 보름이라는 짧은 기간을 '충분하다'라고 말한 것과, 경찰보다 한발(혹은 여러 발) 앞서 범인을 조져버리는 것에서 그의 탁월한 능력과 자신감을 볼 수 있다. 그렇게 그는 찾기 쉽고 수가 얕았던 두 놈을 조져버리고, 최민식을 만나러 간다.
민식은 앞선 놈들과는 분위기가 좀 달랐다. 그래서 보험사 직원으로 위장해 그의 가족들에게 먼저 접근한다. 그렇게 주소를 알아내고 찾아간 최민식의 집에서...! 이병헌은 약혼녀의 반지를 발견한다. 확실한 증거를 찾은 그는 최민식을 그야말로 '조진다.' 아이들이 잠자리를 잡아서 가지고 노는 것처럼, 프로가 아마추어와의 경기를 리드하는 것처럼 그는 최민식을 목숨을 갖고 논다.
그러나 최민식은 자신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님을 확실히 보여주게 된다. 바로 약혼녀의 가족들을 모두 살해한 것이다. 이병헌은 자수를 위해 경찰서 앞에 나타난 최민식을 납치해 최민식의 방식대로 그를 끝내버린다.
* 리뷰
1) 몰입감
우선 영화는 상당히 자극적이다. 15+영화에서 나오는 '지킬 것 다 지키는' 액션과는 질이 다르다(영화 시작부터 잘린 목이 나온다!). 어지간한 공포영화 이상의 수위와 폭력성에 관객은 1차로 압도되고, 현실성 있는 액션에 다시 한번 더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이병헌은 극 중의 '히어로'다. 그에게는 규정과 절차가 없기에 그는 공권력보다 빠르고 강한 존재다. 그리고 그는 법이 없는 곳에서 법이 내릴 수 없는 심판을 내린다. 원초적으로, 인간의 욕망과 분노에 걸맞은 복수를 범죄자에게 선사하는 것이다. 우리는 최민식을 갖고 노는 이병헌의 출중한 능력에서 초월적인 존재를, 거침없이 범죄자를 제압하는 모습에서 심판자의 모습을 본다. 그렇게 사람들이 마블의 히어로물에 열광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우리는 이병헌의 연기에 빠져든다.
지속적으로 바뀌는 배경과 인물의 광기도 몰입도를 높이는 이유 중 하나이다. 물론 최민식 자체가 광기의 표본이지만, 그가 친구 집에서 친구의 여자와 00을 할 때 여자와 친구의 반응을 보면..... 광기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된다. 그냥 짐승들이다.
2) 악마를 보았다며? 누가 악마인가?
영화의 제목을 본 관객은 '누가 악마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최민식이 악마인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러닝타임이 끝으로 갈수록 그를 쫓는 이병헌도 그와 유사한 악마가 된다. 영화에 악마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대신해 '짐승'이라는 말이 계속 등장한다. 대사에 나오는 '짐승'을 주목해서 보면 감독의 의도적인 연출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대사에서도 이병헌의 흑화를 만날 수 있다.
약혼녀의 아버지가 최민식을 1차로 조진 이병헌에게 '이제는 그만했으면 좋겠다. 사람이 짐승을 잡는다고 해서 같은 짐승이 되면 되겠느냐'라고 한 것과
최민식의 친구가 이병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놈 우리와 같은 부류네. 걔는 사냥을 즐기는 거야. 너 잘못 걸렸다.'라고 한 것.
그리고 복수를 끝낸 후 울음과 웃음이 섞인 기괴한 감정표현을 하는 이병헌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 또한 짐승이 되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3. 삭제장면이 많은 영화
우선 이 영화는 개봉 전 2번의 내용수정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선정적인 장면들이 꽤나 많이 삭제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넷플릭스 방영본과 극장판의 차이도 존재하는 것 같다. 나무위키에는 영화에 복수를 끝낸 이병헌의 행보가 나온다고 적혀 있는데, 넷플릭스에서는 복수와 함께 영화가 끝난다. 그리고 넷플릭스에는 단두대에서 최민식의 목이 잘리기 전까지 단두대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 극장판에는 있는 듯하다.
맺으며. 누구라도 악마가 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은 누구라도 악마가 될 수 있다. 다만 악마가 되지 못했을 뿐. 만약 그들에게 극 중의 이병헌과 비슷한 힘과 능력이 있었다면 그 누구라도 유사한 복수를 행동으로 옮겼으리라. <친절한 금자 씨>에 나오는 피해자 가족들처럼.
그러나 복수는 죽은 사람을 다시 되돌려낼 수 없다. 피해자 모두가 복수를 할 수 있다면 사회는 혼란해지고, 세상은 지옥으로 변해갈 것이다. 복수는 본능이자 원초적인 욕구이지만, 그것을 제어하지 못하면 악마가 된다. 함무라비 법전에 쓰인 '눈에는 눈, 이에는 이'조차도 복수를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졌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