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리시맨' 줄거리, 리뷰
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아이리시맨' 줄거리, 리뷰

by 정겨운 시골집 2024. 3. 9.
반응형

사람은 왜 바뀌지 않는가? 사람은 왜 변화를 두려워하는가? [데미안]의 첫 소절에서 우리는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새에게 알은 세계이고, 알을 깨는 것은 세계를 깨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는 알을 깨야만 하는 존재다. 인간이 바뀌어야만 하는 존재이듯이.

 

1. 줄거리

육류 운송업자인 프랭크(아이리시맨, 로버트 드 니로)는 어느 고속도로의 주유소에서 러셀을 만나게 된다. 러셀은 이탈리아 마피아들과 사업을 하던 사람이었고, 그와 친분을 쌓은 프랭크는 그를 통해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그렇게 프랭크는 많은 친구를 만나고, 동시에 많은 이들의 원수가 된다. 부와 명예를 손에 쥐었고, 이를 위해 친한 친구를 죽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은 외롭고 초라하다. 성탄절을 앞둔 연말, 그는 홀로 병실에 누운 채 죽음을 기다린다. 친구들은 모두 죽거나 사라졌고, 그의 가족은 그를 돌보지 않는다.

이런 그에게 신부님과 경찰은 죄를 뉘우치고 친구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힐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는다. 영화는 그렇게 끝난다. 알을 깨지 못한 한 남자를 남긴 채.

2. 감상

영화를 보면서 프랭크와 페기의 관계에 유독 눈이 갔다(부녀관계). 프랭크는 나름대로 가족에게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는 아이의 문제를 자신의 방식으로 해결했고, 행동의 결과가 자녀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 필요해 보이는 것을 제공했던 꼰대 아버지였다.

그래서 그는 딸들에게 버림받았다. 철저하게.

지팡이가 없으면 제대로 걸을 수 없는 늙고 병든 아버지가 딸이 일하는 은행에 갔을 때, 딸은 아버지를 만나지 않기 위해 창구를 떠난다. 프랭크는 자신을 향한 딸들의 적대감을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 다른 딸을 만나 보지만, 딸은 오히려 아버지를 책망한다. 대화의 일부분을 살펴보자.

Frank: I know I wasn't a good dad. I know that. I know that. I was just trying to protect her(페기). Protect all of youse.

Daughter: From what?

Frank: From everything. I mean.. Youse had a sheltered life, in a way. You didn't see what I see. There's a lot of bad people out there. What else am I gonna do?

Daughter: Daddy, you have no idea what it was like for us. I mean, we couldn't go to you with a problem because of what you would do. We couldn't come to you for protection because of the terrible things that you would do.

Frank: I was... I just didn't want to see youse get hurt, that's all.

프랭크는 끝까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한다. 그리고 영화는 자신이 들어갈 관(casket)을 홀로 고르러 가는 프랭크를 보여 준다.

살아오는 동안 딸의 입장에 조금이라도 공감을 했었더라면, 하다 못해 마지막 대화의 자리에서 '그렇게 느끼는 줄 몰랐다. 미안하다.' 정도의 말을 했었더라면 아마 그의 딸들 중 한 명은 그가 죽음을 준비하며 관을 고르는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현대 사회는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르는 사회다. 이는 '왜 어른을 공경해야 하지?'라는 질문에 어른들이 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부장님의 권위가 위협받는 것과 군대의 위계질서가 무너지는 것 역시도 같은 맥락이다. 누군가가 권위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던졌을 때, 제대로 된 답을 내놓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라고 해서 반드시 아버지 대접을 받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한때 유행했던 '꼰대'라는 말을 보라. 이미 세상은 권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고, 정당성이 없는 권위는 인정받지 못한다.

그래서 프랭크는 비참하다. 진정한 권위는 상대를 존중하고 강요하지 않는 데서 나온다는 것을, 자아의 알을 깨고 나온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끝까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빨리 변하고 있다.

동시에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빨리 도태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반응형